달이 지구로부터 매년 3cm가량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 다들 알고 계셨나요? 현재 지구와 달의 평균 거리는 약 384,400km입니다(근지점 363,104km / 원지점 405,696km). 그런데 약 45억 년 전, 달이 막 탄생했을 때에는 달과 지구와의 거리가 불과 24,200km 정도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달은 꾸준히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달은 왜 자꾸만 멀어지는 걸까요?
위 그림은 달에 중력에 의해 지구에서 조석이 어떻게 생기는 지를 보여줍니다. 그림에서 보이듯이 달과 인접한 지구면과 그 반대편면이 바닷물이 가장 차오르는 만조가 되며, 그 외 옆면이 바닷물이 가장 빠지는 간조가 됩니다.
그런데 지구와 달은 저 상태로 고정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전과 공전을 합니다. 즉 달이 지구를 공전하고, 지구가 자전을 하며 지구와 달이 인접하여 만조가 되는 부분이 계속해서 회전하며 바뀌는 것이죠.
문제는 지구의 자전 주기는 약 24시간, 달의 지구 공전 주기는 약 27일입니다. 즉 조석에 의한 해류의 움직임보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더 빨라지게 되므로 상대적으로 바닷물이 지구를 붙잡는 모양새가 되고, 이로 인해 바닷물과 지구 사이 마찰력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달의 위치를 고정하고 보았을 때 지구의 자전과 그에 다른 조석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움짤을 가져왔습니다. 지구의 자전 반향과 반대 방향으로 마찰력이 생기는 것이 이해되실까요?
이 마찰력으로 인해 지구의 자전 속도는 조금씩 감소하게 됩니다. 실제로도 자전 속도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으며, 언젠가는 우리의 하루가 24시간 30분이 되고 25시간이 되는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지구의 자전속도가 느려지는 것과 달이 멀어지는 것은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그것은 ‘각운동량 보존 법칙’ 때문입니다.
각운동이란 쉽게 이야기하면 회전축을 중심으로 한 회전 운동을 의미하며, 그 회전하는 물체의 운동량이 각운동량입니다. 각운동량은 회전체 각 부분의 운동량과 회전축으로부터의 거리를 곱한 것으로 표현되는데, 이때 각운동을 하고 있는 회전체에 특별한 외부의 힘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각운동량이 항상 일정하게 보존되는 각운동량 보존 법칙이 성립하게 됩니다.
쉽게 이해하시려면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모습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피겨 스케이팅 경기를 보다 보면, 선수들이 우아하게 턴을 돌면서 손발을 모으면 회전 속도가 빨라지고, 손발을 뻗었을 때 회전 속도가 느려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역시 각운동량 보존 법칙이 작용한 것인데, 손발을 뻗으면 회전축으로부터 회전체의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속도가 느려지는 것입니다.
지구와 달 역시도 이 법칙이 성립하는데, 지구의 자전속도가 느려지는 만큼 달이 공전 궤도가 더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Q. 화성의 달이라 알려진 ‘포보스’는 화성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하던데요?
이 또한 사실입니다. 이 역시도 각운동량 보존 법칙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화성과 포보스의 관계와 지구와 달의 관계에서의 차이점이 있다면 자전과 공전 속도입니다.
지구와 달의 경우 지구의 자전 속도가 달의 지구 공전 속도보다 더 빨랐는데요, 이 때문에 해수면과의 마찰력이 생기고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며 달의 공전궤도가 커지게 되는 경우였습니다.
화성과 포보스는 그 반대 경우로, 화성의 자전 주기는 약 24시간 37분, 포보스의 화성 공전 주기는 약 7시간 39분입니다. 이로 인해 지구와 달리 화성의 자전 속도는 조금씩 빨라지게 되고, 그만큼 포보스의 공전 궤도가 작아지게 되는 것이죠.
이 관계를 잘 이해했다면 지구나 화성뿐만 아니라 다른 행성과 위성의 관계에서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달이 처음 생겼을 시기에는 그 거리가 24,200km 정도로 지금의 약 1/16 수준이었다고 하는데요, 만약 이때 달의 모습을 보았다면 지금보다 20배는 더 크게 보였을 거라고 합니다. 과거 우리 선조님들이 보았던 달의 모습이 지금과 또 다른 모습이었을 수도 있다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하기도 합니다.
혹시 달이 언젠가 지구를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드시나요? 다행히 지구의 자전속도가 서서히 느려지면 언젠가 달의 공전주기와 지구의 자전주기가 일치하게 되는 날이 올 텐데, 그때가 되면 조석 현상이 생기지도 않을뿐더러 지구와 달의 거리 또한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합니다. ‘그때가 되면 이미 너무 멀어져서 달이 안 보일 수도 있지 않나요?’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때가 되기까지 약 수백억 년이 소요되며, 태양의 수명이 앞으로 약 50억 년가량 남은 것으로 추정되기에 달이 지구를 떠나기 전에 태양계가 먼저 없어지게 되겠네요. 다행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우리 인류가 살아가는 시대에는 달이 저희를 내팽겨두고 떠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고요하게 어두운 거리를 비추어 주게 될 달을 즐기시며 살아가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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