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 다들 보셨나요? 2014년 당시 엄청난 연출과 영상미로 아이맥스관을 다 품절시켰던 영화인데, 벌써 이 영화가 나온 지도 9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네요. 이번에는 이 영화에 나왔던 어마무시한 블랙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블랙홀이란?
블랙홀이란 매우 거대한 질량과 그로 인한 아주 강한 중력을 가진 천체로서, 이름을 그대로 해석하면 검은(blcak) 구멍(hole)이라는 듯인데, 이는 빛조차 블랙홀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검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빛조차 흡수할 만큼 중력이 크기 때문에 블랙홀은 주변을 지나가는 별을 통째로 집어삼킬 수도 있는데, 이때 별이 마치 스파게티처럼 찢어진다 하여 ‘스파게티화’ 또는 ‘국수효과’라고 부릅니다. 물론 집어삼키는 것이 아니라 태양이 지구를 붙잡아 두듯이 블랙홀을 중심으로 한 위성이 형성되는 것도 가능합니다.
블랙홀에 대한 개념은 1915년에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기반으로 한 슈바르츠실트(Karl Schwarzschild)의 해석으로 처음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슈바르츠실트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푸는 과정에서 중심에 무한히 밀도가 높은 점인 특이점과 그 주변에 사건의 지평선 형성되는 결과를 도출해 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론적인 개념에 불과했으며, 관측적인 증거는 없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슈바르츠실트는 수학적으로 블랙홀의 존재에 도달하고도 흥미롭지만 실제로는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을 거라며 부정했다고 합니다.
블랙홀의 실제 존재를 확인한 것은 1964년에 오스트리아의 천문학자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 등이 수학적인 연구를 통해 블랙홀의 가능성을 논문으로 제시한 것이었고, 이후 1971년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등의 연구를 통해 블랙홀에 대한 이론적인 근거가 강화되었습니다.
위 사진은 실제 블랙홀을 관측하여 촬영한 사진인데, 이처럼 실제로 블랙홀을 직접 관측한 것은 2019년이었습니다. 국제 과학자들로 이루어진 EHT(Event Horizon Telescope) 협력팀은 수많은 라디오 망원경들을 연결하여 은하 M87의 중심에 위치한 블랙홀의 사진을 성공적으로 촬영했습니다.
2. 블랙홀의 탄생
블랙홀이 탄생되는 경우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 별의 진화
대부분의 블랙홀은 별의 진화 과정 중에 태어나게 됩니다. 이전에 ‘별의 탄생과 죽음’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질량이 태양의 질량보다 2배 이상 큰 별의 경우 주계열성, 초거성, 초신성 폭발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초신성 폭발 이후 남아있는 별의 중심부의 질량에 따라 중성자별이 되거나 블랙홀이 될 수도 있습니다.
2) 중성자별의 충돌
두 개 이상의 중성자별이 충돌하거나 융합하는 과정에서 질량은 더욱 증가하고 중력은 더 커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블랙홀이 생성될 수 있습니다.
3) 초기 우주
우주의 초기에는 밀도가 매우 높은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조건에서 매우 작은 영역의 고밀도 질량이 형성되면 중력이 커지며 블랙홀이 생성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블랙홀을 원시 블랙홀(primordial black hole)이라 합니다.
3. 블랙홀의 구조
- 특이점(Singularity)
블랙홀의 특이점은 블랙홀의 중심에 위치한 점으로, 중력의 영향으로 인해 무한히 높은 밀도와 압력을 가지는 지점을 가리킵니다. 특이점에서는 수학적으로 물리법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인 이해가 어려운 영역으로로 간주됩니다. 그래서 현대 물리학에서는 특이점에서의 물리법칙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 양자 중력 이론(quantum gravity)을 연구 중에 있습니다.
-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 주변의 경계 지점으로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형성되며,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입니다.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서면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더 커지게 됨으로, 그 어떤 물체도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천체인데, 빛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계가 되는 부분이 바로 사건의 지평선입니다.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의 중심을 중심으로 동일한 거리에 위치한 모든 점들의 집합이기 때문에, 블랙홀 주변을 에워싸는 구형 모향을 띄고 있습니다. 블랙홀의 질량이 증가하면 사건의 지평선도 커지며, 작은 블랙홀의 경우에는 사건의 지평선의 반지름 역시 더 작아지게 됩니다.
또한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서는 영역은 우리가 관측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블랙홀 내부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도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블랙홀의 정보손실’이라 일컫습니다. 말 그대로 블랙홀 내부로 들어간 물체는 그 어떤 정보도 남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강착원반(Accretion Disk)
강착원반은 블랙홀 주변에 형성되는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원반으로 블랙홀을 향해 끌리는 물질이 원형으로 회전하면서 형성됩니다. 강착원반은 블랙홀의 이벤트 지평선 바깥쪽에 위치하며, 그 안으로 물질이 떨어지기 전에 형성됩니다.
물질은 원반 평면을 따라 회전하면서 내부로 향하는 소용돌이 형태로 흘러들어 가는데, 블랙홀의 중심에 가까울수록 속도가 증가합니다. 또한 마찰과 중력 작용으로 인해 물질이 가열되고, 높은 온도에서 방출되는 X선, 감마선, 라디오 파장 등 다양한 형태의 전자기 방사선을 생성해 냅니다.
- 광자 영역(Photon Sphere)
광자 영역은 중력의 영향으로 인해 광자(빛의 입자)가 안정한 원형 궤도를 그리는 지점입니다. 블랙홀의 중심에서 일정한 거리에 형성되며,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보다 밖에 있습니다. 이 영역에서는 중력과 광자의 운동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광자는 원형 궤도를 따라 돌고 있습니다. 즉 블랙홀의 중력이 광자에게서 빛을 완전히 잡아먹지 않고 그 근처를 돌고 다니도록 허용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광자 영역 내의 광자들도 언젠가는 블랙홀에 흡수되거나 사건 지평선을 통과하게 됩니다.
실제로 광자 영역은 관측하기 매우 어려운데, 이는 블랙홀 주변의 매우 극한 된 중력과 광자의 경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 작용권(Ergosphere)
작용권은 회전하는 블랙홀 주위에서 중력이 시공간을 회전시키는 영역으로 사건의 지평선을 벗어난 공간에서 발생하며, 블랙홀의 회전에 의해 형성됩니다. 회전하는 블랙홀이 주변 시공간을 회전시키는 현상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프레임 드래깅(Frame Dragging)” 현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시공간 자체가 회전함으로써 공간과 시간의 개념이 변경되어 관측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작용권에서는 입자가 회전하는 블랙홀로부터 에너지를 획득하며 충돌과 상호작용을 통해 더 높은 에너지 상태로 이동하는 에너지 흡수 및 추출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 상대론적 제트(Relativistic Jet)
상대론적 제트는 블랙홀이나 중심성 은하 등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제트 기류로 빠르게 이동하는 입자들이 초음속 또는 근광 속 속도로 직선적인 방향으로 힘차게 퍼져 나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상대론적 제트 기류의 입자들은 강력한 중력에 의해 에너지를 얻어 가속화된 상태로 초음속 또는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제트 출구에서 빠져나갑니다. 주로 중심으로부터 축 방향으로 직선으로 발사되며, 매우 큰 거리까지 퍼져나가는데, 축의 방향은 중력이나 블랙홀의 회전에 의해 결정됩니다.
제트의 입자는 전자와 양성자 등의 입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파, 광학, X선, 감마선 등 다양한 파장에서 밝은 방출물을 생성합니다. 이는 제트 내의 입자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방출되는 방사선으로 인한 것입니다.
블랙홀을 존재만으로도 시간과 공간에 영향을 주고, 별을 통째로 집어삼키며 빛까지 붙잡는 그 모습은 정말 신비로운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이론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있지만 차츰 우주의 비밀에 다가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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